vol. 11 / 2025.12.05
안녕하세요. 윌로그팀입니다.
뜨거웠던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최근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겨울이 정말 찾아왔다고 느껴지는데요.
이번 호에서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피지컬 AI(Physical AI)’와 ‘피지컬 인터넷(Physical Internet)’의 세상을 조명합니다. 언어만 이해하던 AI가 이제 중력과 마찰을 이해하는 ‘신체’를 입고 물류 현장의 로봇은 코딩 없이도 상황을 판단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더 나아가 인터넷 패킷처럼 화물을 표준화해 전 세계를 연결하는 ‘피지컬 인터넷’은 인간의 노동력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첨단 기술이 여는 ‘혁신’. 기술의 진보가 어떻게 현장을 지키고 물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이번 Spotlight🔦에서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 뇌를 가진 로봇과 패킷이 된 화물: '피지컬 AI'가 여는 '피지컬 인터넷' 세상
지금까지의 AI가 언어(LLM)나 이미지 생성에 국한된 ‘디지털 세상의 천재’였다면 이제는 피지컬 AI가 등장하면서 물리 법칙(중력, 마찰, 무게중심)을 이해하고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현실세계의 실행가’가 됐습니다.
최근 CJ대한통운은 리얼월드와 손잡고 RFM(Robot Foundation Model)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과거의 로봇은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라’는 코딩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피지컬 AI를 탑재한 로봇은 ‘이 상자를 저 트럭에 쌓아줘’와 같은 자연어 명령어에 상자의 재질과 무게를 눈으로 보고 판단해 악력을 조절하고 장애물을 피해 최적의 경로로 움직입니다.
즉, ‘인지(Perception)-판단(Reasoning)-제어(Action)’가 하나의 지능으로 통합된 임바디드 AI(Embodied AI, 신체화된 AI)입니다.
물류 현장에서 이상적인 피지컬 AI는 ‘사람을 위한 공간에서 사람처럼 일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자동화 설비는 로봇을 위해 창고 전체를 뜯어고쳐야 했지만 피지컬 AI가 탑재된 휴머노이드나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로봇팔 등)는 사람이 다니는 계단을 오르고 기존 선반에서 물건을 꺼냅니다. 엔비디아의 ‘프로젝트 그루트’나 테슬라의 ‘옵티머스’가 추구하는 방향처럼 수백만 번의 가상 시뮬레이션(Sim2Real) 학습을 통해 처음 보는 비정형 화물도 능숙하게 다루는 ‘일반 목적의 물류 로봇’이 되는 것이 최종 지향점이죠.
피지컬 AI와 함께 ‘피지컬 인터넷’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피지컬 인터넷은 디지털 인터넷이 데이터 패킷을 전 세계 어디든 표준 프로토콜(TCP/IP)로 보내듯, 물류도 표준화된 용기(PI Container)에 화물을 담아 전 세계 공유 물류망을 통해 끊김 없이 이동시키는 개념입니다.
거대한 네트워크가 작동하려면 수없이 많은 이종의 화물을 표준화된 컨테이너에 넣고 빼고, 다양한 운송 수단으로 갈아태우는 작업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인간의 노동으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피지컬 AI 로봇이 ‘라우터(Router)’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피지컬 AI는 전 세계가 공유하는 물류망 속에서 표준화된 박스를 자율적으로 분류하고 환적하며 피지컬 인터넷의 실현을 앞당기는 가장 중요한 실행 엔진이 될 것입니다.
💡단기 전망: Sim2Real(가상에서 현실로)과 기술 실증의 시대
-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경쟁 격화: 텍스트에 GPT가 있듯 로봇 동작 제어에도 표준이 될 거대 모델(LBM: Large Behavior Model) 확보 경쟁이 시작될 것입니다. CJ대한통운, 네이버, 현대차 등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연합해 데이터 확보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입니다.
- 디지털 트윈 기반 학습 가속화: 현실에서 로봇을 학습시키기에는 비용과 위험이 큽니다. 엔비디아 옴니버스와 같은 가상 공간에서 물리 법칙을 적용해 로봇을 무한대로 학습시킨 뒤 현실에 배포하는 Sim2Real 기술이 물류센터 설계의 기본이 될 것입니다.
- 특수 목적 로봇에서 범용 로봇으로의 전환: 현재의 AGV나 로봇팔은 특정 작업만 가능하지만 피지컬 AI가 적용된 로봇은 하역, 피킹, 포장, 반품 검수 등 멀티 태스킹이 가능한 형태로 진화하며 초기 도입 사례가 속속 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장기 전망: ‘물류의 인터넷화’와 완전 무인 생태계
- 피지컬 인터넷 표준 컨테이너의 등장: 피지컬 AI가 가장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전 세계 표준 모듈형 박스(PI Container)가 국제 표준으로 제정되고 이는 물류 효율을 극대화할 것입니다.
- RaaS(Robot as a Service)의 보편화: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이 다양해짐과 동시에 클라우드에 접속해 AI 두뇌를 빌려쓰고 하드웨어는 구독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정착돼 중소 물류 기업도 첨단 로봇을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피지컬 AI와 피지컬 인터넷의 고도화로 기업은 ‘하드웨어’가 아닌 ‘데이터 파이프라인’에 투자해야 합니다. 비싸고 좋은 로봇을 사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물류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피지컬 AI가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정제하고 축적하는 것입니다.
또한 ‘개방형 연결성’도 준비해야 합니다. 피지컬 인터넷 시대에는 폐쇄적인 자체 물류망보다 타사 및 글로벌 네트워크와 호환되는 개방형 프로토콜을 가진 기업이 생존할 것으로 보입니다. 피지컬 AI 로봇이 우리 창고뿐만 아니라 파트너사의 창고에서도 즉시 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의 유연성과 호환성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 다가오는 미래 물류 시대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 니다.

🌏 글로벌 공급망 확장: '차이나 플러스 원'과 신흥 시장 공략
🇹🇭🇻🇳 동남아 물류 허브 선점: CJ대한통운과 태웅로직스의 광폭 행보
동남아시아가 글로벌 물류 기업의 핵심 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CJ대한통운이 태국 유통 대기업 CP 엑스트라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태웅로직스가 아세안 TOP10 브랜드 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 물류 기업들의 동남아 공략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덴마크 머스크 또한 베트남 항만 투자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과 중국 내수 부진으로 인해 글로벌 생산 거점이 동남아시아로 이동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베트남과 태국은 아세안의 제조 및 물류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은 단순 진출을 넘어 현지 유통 대기업과의 협업, 콜드체인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밸류체인 깊숙이 파고들고 있습니다. 이는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을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생존 전략입니다.
🇺🇸💄 K-뷰티와 식품의 영토 확장: 올리브영과 농심의 글로벌 전략
한류가 확산될수록 물리적인 소비자 경험 창구인 물류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CJ올리브영이 미국 캘리포니아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농심이 에스파를 앰배서더로 선정해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합니다. 쿠팡 또한 명품 플랫폼 파페치와 협력해 K-뷰티의 해외진출을 지원합니다.
한류(K-Wave)가 콘텐츠를 넘어 소비재(뷰티, 푸드)로 확장되면서 물류와 유통의 결합이 중요해졌습니다. 과거에는 현지 유통 채널에 입점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올리브영이 미국 물류센터를 확보하는 것처럼 직접 물류 거점을 운영하거나 쿠팡과 파페치와 같이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 D2C 방식으로 해외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 북극항로와 해양 금융: 미래 물류길과 탄소중립 지원
금융 정책에 힘입어 우리나라 주도의 북극항로 개척이 기대됩니다.
전남 광양시가 북극항로 거점 항만 육성 전략 수립에 착수했고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친환경 선박 도입을 위한 ‘한국형 선박 조세특례’ 신설을 추진합니다.
기후 변화로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아시아-유럽 항로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북극항로가 경제적 실효성을 갖기 시작했다고 평가받습니다. 이는 수에즈/파나마 운하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회피할 대안으로 주목받습니다. 동시에 해운업계의 탈탄소 규제(IMO 등)가 강화됨에 따라 친환경 선박 건조를 지원하는 금융 및 조세 정책은 국가 해운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 CJ푸드빌의 파격 인사와 한화의 세대교체: 공급망이 곧 경영
불확실성 확대, 시장 급변이 지속되면서 공급망 관리에 대한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CJ푸드빌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외부 영입이 아닌 내부 SCM(공급망 관리) 전문가를 경영 리더로 발탁했고 한화그룹은 80년대생 임원을 전진 배치했습니다.
CJ푸드빌 사례는 전통적으로 영업이나 재무 출신이 경영을 주도하던 관행을 깬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글로벌 수급 불안정 속에서 ‘공급망 안정성’이 외식·유통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최우선 과제가 됐음을 보여줍니다. 한화의 젊은 리더십 구축 또한 급변하는 방산·에너지·물류 시장에서 빠른 의사결정과 현장 중심의 실행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SCM형 리더’의 전성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립니다.
⚖️ 규제와 상생: 새벽배송 논란과 소상공인 지원
🌙📦 새벽배송 규제 딜레마: 노동권 vs 소비권 vs 기업생존
새벽배송을 둘러싼 건강권, 노동권, 편익, 기업의 생존이 맞부딪히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초심야 노동 금지’ 조례가 추진되고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새벽배송 금지를 주장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반면 소비자들과 일부 근로자들은 일할 권리와 편의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습니다.
새벽배송 시장은 급성장했지만 그 이면에는 ‘과로사’와 ‘심야 노동’이라는 그림자가 존재합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 이슈는 플랫폼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와 소비자의 편익, 그리고 기업의 혁신 사이에서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정부의 획일화된 규제보다는 ‘적정 배송량’ 산정이나 휴식권 보장 등 실질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요구됩니다.
🤝🚚 상생 물류의 진화: 한진 '원클릭'과 지자체 '공공 물류'
소상공인을 위한 포용적 물류를 통해 윈-윈 사례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진이 소상공인을 위한 ‘원클릭 오늘배송’을 시작하고 인천, 화성 등 지자체들이 소상공인 물류 지원 및 공공 물류 인프라 확충에 나섰습니다.
대기업 위주의 물류 시장에서 소상공인(SME)은 소외될 수밖에 없었지만 이러한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포용적 물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물류 기업 입장에서는 SME 물량을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롱테일 전략’으로 해석되며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필수 인프라 지원책으로 평가됩니다. 이는 물류가 단순 산업을 넘어 사회적 안전망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GS리테일·롯데칠성·해양진흥공사: 친환경이 곧 경쟁력
친환경 전환은 더 이상 비용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되고 있습니다.
GS리테일이 한국ESG기준원 평가에서 통합 A+ 등급을 획득하고 롯데칠성음료가 친환경 자동차 구매 1위를 달성했습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친환경 선박에 대한 조세특례 도입을 추진합니다.
과거 기업의 ESG 경영이 ‘선언적 의미’에 그쳤다면 이제는 ‘비용 절감’과 ‘규제 대응’을 위한 실질적 전략으로 진화했습니다. GS리테일은 스마트에너지관리시스템(SEMS)을 통해 전국 1만 8,000개의 매장 전략을 관리하며 비용을 줄였고 해운 업계는 IMO(국제해사기구)의 탄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조세 혜택까지 동원하며 친환경 선박 전환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는 ‘저탄소’가 물류 및 유통 기업의 수주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지표가 되었음을 시사합니다.
🏗️ 인프라 대전환: 고속도로망 확충과 트라이포트 구축
🛣️🚗 전국을 잇는 동맥경화 해소: 고속도로 신설 및 확장
전국 물류 간선망에 새로운 혈관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시너지 창출이 기대됩니다.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개통, 구미-군위 고속도로 예타 통과, 서울-춘천 고속도로 화도IC 확장 등 전국 주요 물류 간선망이 확충되고 있습니다.
고속도로 확충은 물류비 절감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핵심 인프라입니다. 특히 구미-군위 고속도로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연계된 물류망이며 새만금 고속도로는 서해안 산업단지의 물류 숨통을 트여줄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도로 건설이 아닌 공항-항만-육로를 잇는 복합 물류 네트워크의 완성을 의미합니다.
✈️🚢 트라이포트와 국제물류특구: 창원·부산·대구의 미래 전략
동남권 물류 패권을 쥐기 위한 지역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창원특례시가 트라이포트(항만+공항+철도) 기반 국제물류특구 구축을 추진하고 대구는 미래공항엑스포를 개최하며 신공항 중심의 물류 허브 도약을 꿈꿉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은 두바이 DMCC를 벤치마킹합니다.
동남권(부산·경남)과 대구·경북권이 각각 가덕도신공항과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중심으로 거대 물류 허브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반도체·자동차 등 지역 핵심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생존 전략입니다. 성공의 열쇠는 하드웨어(공항, 항만)뿐만 아니라 배후 물류단지 조성과 고부가가치 물류 기업 유치(소프트웨어)에 달려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