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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대기업 엔지니어에서 실리콘밸리 공급망 관리자가 되기까지

모든 공급망의 흐름을 보고 분석하여 효율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공급망 관리자'는 SCM과 무엇이 다를까요? TESLA 배터리 부문 GSM팀의 그룹 매니저 Kevin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TESLA 배터리 공급망 관리자 Kevin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테슬라, 엔비디아, 넷플릭스, 이 기업은 실리콘밸리 8대 대형 테크 기업으로 불립니다. 특히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제품 생산 및 납품을 하는 기업의 생존은 ‘공급망 관리’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기업의 혁신을 위해서는 글로벌 공급망 관리자(Global Supply Manager)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중 무려 2곳의 빅테크 기업에서 전 세계적인 제품 흐름을 관리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공급망 관리자가 있습니다. 의미 있는 커리어패스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면, 흥미로운 일을 더 즐겁게, 더 깊게 일하기 위해 내 자신에 대한 부지런한 질문이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설령 지름길을 알게 되더라도,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과연 맞는지를 다시 한번 질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Kevin을 소개합니다.

커리어를 선택하는 나만의 기준 찾기

W :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Kevin (이하 🚗) : 안녕하세요, TESLA에서 배터리 부문 GSM 팀을 매니징하고 있는 그룹 매니저 Kevin (박규하)입니다. 어느덧 약 4년 차가 되었네요.

W: 현재 실리콘밸리에 재직 중이지만, 커리어 시작은 국내 기업이었다고요?

🚗: 네, 한국에서는 LG화학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었어요. 전자 공학 학사를 거쳐 반도체 전문 석사 과정을 이수했는데요. 사실 전공으로 따지면 반도체 관련 기업으로 가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었지만, 저의 기준은 확실했던 것 같아요. 이 과정에서 단순 전공 지식보다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 업무를 통해 증명할 수 있는 Skill Set, ‘역량’을 우선순위로 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마침 졸업을 앞둔 시기가 LG화학이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배터리 셀 공급자로 선정돼 화제가 됐었어요. 전기자동차 산업이 미래의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기도 했고요. 결과적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은 LG화학에 입사했습니다.

엔지니어로서 배터리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다가, 사업이 확장되면서 상품 기획을 하는 부서가 신설되었는데요. 이 기회를 통해 비즈니스를 배워보고 싶어, 미련없이 엔지니어로서의 커리어를 일단락지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연구소에서 엔지니어로서 제품을 개발한 경험이 상품기획 부서로의 이동 및 새로운 비즈니스 업무를 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W: 국내 기업에서의 이력만으로도 굉장히 흥미로운데요? 약 7년 차 되던 해에 과감한 시도를 선택했다고요.

🚗: 당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비즈니스 지식을 더욱더 확장하고 싶단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글로벌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과정을 밟게 되었습니다. MBA 과정을 밟게 되면 매우 큰 장점 중 하나가 다양한 산업에서의 담당자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쉽게 얻을 수 없는 산업적, 기업별 인사이트를 공유하면서 다음 단계의 커리어를 구체적으로 그려나갈 수 있었죠.

스페셜리스트 vs 제네럴리스트

W: 당시 인사이트를 통해 설계된 다음 단계의 커리어는 무엇이었나요?

🚗: 저는 커리어 시작이 엔지니어이자 연구원이었잖아요. 무언가를 기획하고 설계하는 일에는 이미 경험을 쌓아왔으니, MBA 과정을 통해 넓힌 산업과 비즈니스에 대한 지식을 과거 경험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는데요. 두 가지를 모두 접목할 수 있다 생각된 것이 바로 GSM(Global Supply Management)이었어요. GSM은 비즈니스 활동과 엔지니어링 커뮤니티의 교차점에 위치하며 성공적인 제품 출시를 위해 두 그룹의 요구 사항을 효과적으로 균형 있게 조정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이를 잘 수행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Apple이라 할 수 있는데,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 조금 넘게 GSM 직무를 경험했습니다.

W : 그렇다면 현재 재직 중인 테슬라로 이직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 Apple 본사에서 GSM이 무엇이고, 어떤 과정을 거치며 무슨 일을 하는지 굉장히 흥미롭게 배웠어요. 가장 먼저 배치된 부서가 ‘디스플레이’ 팀이었는데요. 회사 제품 중 가장 고가인 부품이다 보니 GSM의 프로세스가 굉장히 중요했고, GSM 직무의 필요한 역량도 가장 다채롭게 배울 수 있었던 팀이었습니다.

이후 FACE ID 기능을 위한 센서 구매를 담당하는 GSM으로 옮겼습니다. 당시에 저는 자율 주행을 비롯한 인공지능 및 자동화 산업에 관심이 생겼고, 해당 산업에서의 카메라, 라이더, 레이더 등 정보를 수집하는 센서들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요.

Apple 본사에서의 시간을 돌이켜보니 직무 자체로는 굉장히 흥미를 느끼고 있었지만, 스마트폰 및 태블릿 산업은 저의 관심사와 그리 가깝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학창 시절과 LG화학 재직 당시를 떠올려보면 저는 항상 ‘미래를 현실로 옮기는’ 산업을 꿈꿨으니깐요. 또, 글로벌 기업에서의 GSM 역할을 알았으니 확장된 역량을 더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직을 결정했습니다. 결국 현재의 기업 TESLA, 전기자동차 산업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고요.

실리콘밸리 기업 내 글로벌 공급망 관리의 역할

W : 사실 GSM 직무가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합니다. 대게 SCM(Supply Chain Management) 직무로 통합하는 편이거든요.

🚗: 맞습니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용어일 수 있는데, 글로벌 기업 대부분은 GSM 부서/직무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역할에 있어서도, SCM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는데요. 국내의 SCM은 제품개발, 구매, 생산, 물류, 영업, 마케팅, 고객까지 제품, 정보, 서비스의 흐름을 하나의 연결된 사슬로 가정하여 정보의 공유를 통한 전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통합적으로 운영한다고 하면, GSM은 전략적 소싱을 담당합니다. 운송과 관계된 업무는 Material Planning에서 진행이 되고요.

W : 무엇이 다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까요?

🚗: 전략소싱은 기존의 가격 위주 구매 접근방법에서 탈피하여 기업의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총 구매비용의 절감을 목표로 합니다. 

글로벌 소싱, 유통단계 축소와 같은 이른바 눈에 보이는 직접원가에 대한 절감보다 제품 원가의 70~80% 이상이 결정되는 제품개발 초기 단계에서 전략을 세우는 것을 더 중요시하는데요. 이를 위해 가격과 비가격 요소를 모두 포함한 총체적 비용이 최적인 공급사를 선정, 확보해야 하죠. 더 나아가 가격뿐 아니라 품질 및 서비스 등에서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구매전략을 도출, 실행하는 체계적 구매 프로세스를 확립하는 조직이라 할 수 있습니다.

APPLE이 요구하는 GSM의 직무 역량
TESLA가 요구하는 GSM의 직무 역량
Apple, TESLA의 GSM 직무에 대한 Job Description

W : 그렇다면 GSM으로서 갖춰야 할 가장 큰 역량은 무엇일까요?

🚗: 질문을 ‘잘’ 하는 것이요.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유의미한 데이터를 끌어내고, 그 데이터를 가공하여 해석함으로써 원하는 그림을 그려갈 수 있거든요. 어떤 질문을 하는지, 이 질문을 통해 어떤 액션을 취하는지, 그리고 이 액션을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곧 kpi이기도 하죠.

GSM 조직 자체가 매우 많은 부서와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데요. 회사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하므로 질문에 대한 태도, 방식이 상당히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제가 처음 GSM 직무를 수행하면서 가장 놀란 점은 각자의 백그라운드가 굉장히 다양한 점이었는데요. 인문학, 철학과 같이 전공지식도 다르고 직업군인 등 이전 커리어까지도 ‘왜 공급망 관련 산업에 온 거지?’ 싶을 정도로 상당히 다양합니다. 근데 이들의 공통점이 딱 하나 있는데, “질문을 통해 배워가는 태도”입니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답을 알아내는 과정 그 자체가 동기부여가 된다면 GSM 직무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W : 해당 직무에 관심이 많아도, 국내와 글로벌 기업에서의 공급망 관련 직무 내용이 상이한 만큼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그간의 경험을 통해 조언을 드린다면 어떤 내용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 사실 해외에서는 ‘Supply Chain Management’ 관련 학과와 교육과정이 잘 갖춰있을 정도로, 미국에서는 한국과 비교했을 때 ‘Supply Chain’이라는 주제가 기업들에게 생소하진 않습니다. 저는 MBA 과정을 밟으면서 관련 정보를 많이 얻었고요. 교육과정이 단순히 경제, 경영뿐만이 아니라 규제, 조직 구조,  재정 등 광범위하게 걸쳐있기 때문이죠.

그런 ‘학습’도 물론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신문’에서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현재 국제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또 산업적으로는 어떤 것에 주목하고 있는지 이런 것들이 신문에 다 담겨있거든요. 또 과연 이런 분석이 맞는지 역으로 분석해볼 수 있고요. 신문을 꾸준히 읽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MBA 과정을 이수한 것이나 다름없다 생각되네요. 물론, 단순히 신문의 글자만을 읽는 게 아니라 여러 질문을 해가며 궁금한 주제들은 별도로 능동적으로 찾아가며 공부해야겠지만요.

질문을 ‘잘’하는 것에서 달라지는 나만의 인사이트

W : 국내와 글로벌 기업 모두 경험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색다른 인사이트를 갖고 계실 텐데요. 업무나 문화적으로 어떤 점에서 큰 차이를 느끼나요?

🚗: 물론 회사마다 차이가 있을 테지만, (제 경험 기준으로) 국내는 집단 소속감을, 글로벌 기업은 개개인의 역량을 더 주목한다는 점이 큰 차이점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는 공개 채용 프로세스를 통해 일정 기간 교육하고, 부서별 배치하는 등 사이클이 형성되잖아요. 반면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어떤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들을 구조적으로 채용하는 셈이죠. 개개인에게 미션을 주고 공통의 목표를 향해 완전히 몰입해서 나아갈 수 있고요.

W : 실리콘밸리 기업에서의 의사결정 방식도 다르다고요.

🚗: 제1원칙에 기반한 추론(Reason by First principle)을 기반으로 진행합니다. 어떤 문제의 진짜 본질적인 문제가 남을 때까지 추적해가는 사고법을 뜻하는데요. 일반적으로 한국 기업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해서 성공했다고 하니, 우리도 저 방법을 사용하면 성공할 수 있을 거야', '예전에 이렇게 했으니 지금도 이렇게 하죠’와 같이 유추에 근거하죠.

실리콘밸리에서는 확연히 다르더라고요.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최대한 피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자기가 스스로 알고 있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문제를 발생시킨 근본 원인을 찾아 처음부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합니다.

1원칙 사고법을 강조하는 일론 머스크
TESLA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인터뷰를 통해 1원칙 사고법을 강조한다.

W : 그러면 한국 기업이 벤치마킹할만 요소가 있을까요?

🚗: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앞서 말한 의사결정의 방식이 가장 클 것 같아요. 모든 업무는 의사결정을 토대로 진행되니깐요.

국내 기업의 의사결정 방향은 탑다운(Top-down)이라면, 실리콘밸리 기업은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실무자의 견해를 더 고려하는 것인데요. 이러한 견해를 제공하는 실무자는 철저하게 데이터에 근거하여 최적화된 결정을 끌어냅니다.

사실 실무진이 더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들은 계속해서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분석하기 때문이죠. 이미 채용 과정에서 ‘이러한 업무를 잘 수행해낼 수 있는 전문가’ 기준으로 입증했기에, 의사결정 과정에서 실무진의 정보를 더 신뢰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W : Kevin 본인 커리어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나요?

🚗:지난 커리어를 되돌아보면, ‘꼭 어느 시점에 무엇을 해야겠다’와 같이 철저한 계획하에 진행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나 자신이 무엇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고, 그 호기심을 위해 어떤 지식을 습득하면서 어떤 역량으로 발전시켰는지를 계속해서 점검했을 뿐이죠. 또 다른 기회가 다가왔을 때 과감히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것도, 주어진 직무에 충실히 수행함과 동시에 내 역량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살펴봤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역시, GSM으로서 목표를 충실하게 이행하되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생기면 또 한 번 제 자신을 점검해보지 않을까 싶네요.

직무와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을 말하자면, 기업에 국한하지 않고, 산업 전체의 효율성(efficiency)을 끌어낼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Global Supply Manager의 keypoint

  1.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이를 통해 회사에 증명할 수 있는 '역량'을 아는 것
  2. 신문을 꾸준히 읽는 힘에서 얻는 나만의 인사이트
  3. 데이터에 근거하여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 안에서 답을 찾아내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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